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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미와 가시 / 김승희 본문

[ Mon Hobby ]/Poem

장미와 가시 / 김승희

JIHOON SON 2018. 1. 17. 23:02

눈 먼 손으로 

나는 삶을 만져보았네.

그건 가시투성이였어.


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

나는 미소지었지.

이토록 가시가 많으니

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.


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

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가 있을까 해도

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

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.


눈 먼 손으로

삶을 어루만지며

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

장미꽃을 기다렸네.


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

돋아 있었지만, 그러나,

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.


그러니, 그대, 이제 말해주오,

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

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, 또는

장미와 가시인가를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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